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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4 06:03
실습이 끝난 시점에서 - 서준교
 글쓴이 : 효자의집
조회 : 6,298  

 소감문과 똑같이 써도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 번 중간 소감문하고 비슷한 내용이 될 거 같아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솔직히 처음에 이 곳에 왔을 때, 난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거만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회사생활도 3개월 정도 하였고, 이후 강사생활도 9개월 가까이 했기 때문에 사회생활만큼 노력한다면 3주 동안 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사회복지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르신들과의 관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또 그 어르신들을 통해 일일과제를 수행해야 했고, 거기에 기본 케어도 배워야 했으며, 실습일지를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가로 작성해야 하는 것까지,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3주였다.

 회사에서는 의외로 쓸데없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 회사에 있었을 때는 토요일에 일하고, 그리고 술을 마시고, 다시 일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는 그런 생활이 쓸데없이 느껴졌고, 회사는 비효율적인 곳이라는 생각도 했다. 또 영업이나 무역 쪽은 수주나 발주 쪽도 중요하지만, 그런 노력을 다 제쳐두고 거래건을 성사시키면 장땡인 곳이기 때문에, 나의 노력이 몇 번이나 좌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거래건을 성사시키는 것 중 하나는 술과 여자가 있는 곳이었고, 크리스천인 나에게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나는 회사를 비효율적인 집단이라 여겼고, 반대로 회사는 나를 쓸데없는 신념을 가진 존재로 여겼다. 그런 시각을 견디지 못했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일본어 시간제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틈틈이 주말에 봉사활동을 다녔고, 그때의 경험이 사회복지로 나를 이끌게 된 것이다.

 여러 번 들어야 그때서야 이해하는 나였지만, 그럼에도 회사에서 사원으로서도, 학원에서 강사로서도 결코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에서는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남들만큼은 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과 6개월 남짓 배운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 몇 배나 더 노력하려고 했으나 결코 사회복지는 반 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메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실습을 하면서 나에게 있었던 또 하나의 문제는, 회사에서도 트러블의 원인이 되었던 내 나름대로의 신념과 규칙이었다. 그리고 난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회복지사나, 어쩌면 나의 동료들을 피곤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그런 것을 못 느꼈고, 나중에 슈퍼바이저 님의 충고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슈퍼바이저 님도 나와 같을 때가 있었고, 그렇기에 나를 좀 더 이해한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월급은 200 넘게 준다고 해도 다시 옛날의 회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아야 했다. 누군가를 케어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은, 회사의 일보다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보다도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회사 일이나 강사 일보다도 얻는 보수가 적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하지만 그만큼 사회복지는 매력적이다. 누군가를 케어하고 이해하면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 좋은 일이다. 특히 마지막 날에 나를 기억해주고, 배웅해주었던 어르신이 기억난다. 자기는 기억하지 못할 테니, 다음에 만나면 또 인사하고 말을 걸어달라고. 그러면 조금이나마 기억이 돌아오지 않겠냐고 말한 어르신이었다. 하지만 그 어르신은 날 기억 못하겠지. 하지만 난 그 어르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라는 존재가 기억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얼마 안 가서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려도 말이다. 그리고 반대로 난 그 어르신을 때때로 떠올리겠지.

 쓰다 보니 또 길어졌다. 원래는 이런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쓰려고 했다. 하지만 이 글을 남기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 전에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이 글을 남긴다. 그리고 3주 동안, 우리에게 사회복지의 현실을 알려준 슈퍼바이저 한광현 선생님, 쓸데없는 내 고집 때문에 고생했던 이진희 선생님, 그리고 2층에서 햇병아리였던 우리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었던 이예섭 과장님을 포함함 요양보호사 분들, 그리고 도움을 드리고자 갔는데 반대로 도움을 주셨던 어르신들, 마지막으로 철 없는 나를 3주 동안 반장으로 대하고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힘들었지만,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실습이 끝나고 나니 남는 건 '아쉬움'과 '후회'밖에 없다.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말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