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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04 10:02
천안신문, 『요양원 풍경』기사 게재
 글쓴이 : 더부는 삶
조회 : 10,887  
   http://www.chonannews.co.kr/bbs/board.php?bo_table=news04&wr_id=7 [4881]
요양원 풍경 속 '치매 이야기' 
노인요양시설 효자의집 한광현 복지사, 『요양원 풍경』 펴내   
 
천안신문 | 기사입력 : 2008-08-02 00:38:56 | 기사수정 : 2008-08-02 00:38:56       
 
 
 
 
 
사람들은 소망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기를. 건강히 생을 마감하고 싶은 바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복병이 있다. '치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성 치매 질환자가 2.83배 증가했다. 특히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75살이 넘는 노인 가운데 치매 등 노인성 질환자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치매는 발병하면 가족 등 다른 사람들의 돌봄이 수반돼야 하지만 같은 조사결과 수발이 필요한 어르신 가운데 63%가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그 가족들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는 7월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중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성공적인 정착과 이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시점에 짧지않은 시간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며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을 돌봐온 사회복지사가 책을 펴냈다. 제목은 『요양원 풍경』(생각나눔).

책에는 호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효자의 집'(원장 김동욱.삼룡동)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광현(33.삼룡동)씨가 현장에서 경험한 치매와 그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가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몇 꼭지를 발췌해 싣는다.




누가 모시느냐에서 시작해 누가 얼마를 내느냐로 매듭




초기 치매증상으로 누군가 24시간 함께 생활해야 하는 정 할머니. 할머니의 자식은 5남매. 자식들은 두달씩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모시기로 했지만 일년을 넘기지 못했다. 치매 어르신을 모신다는 것이 매우 힘든 탓. 자식들은 요양시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얼마안가 할머니는 '효자의 집'에 입소했다.

치매에 완치는 없다. 요양원 입소기간이 장기화되자 월정액이 부담되며 자식들간 갈등이 싹텄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타격을 심각하게 맞은 자영업자인 셋째, 자신은 딸이라며 부양의 책임을 경감하려는 누이들, 아이들이 많아 교육비가 부담된다는 둘째,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큰 아들이 걱정인 첫째. 한광현 복지사가 전하는 뒷 이야기이다.

"각자 이유 있는 변명은 하나같이 비용에 대한 문제로, 이젠 누가 모시느냐가 아니라 누가 얼마를 내느냐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5남매가 동의한 것은 돌아가면서 모시지 않는다는 것 뿐이죠. 결국 자녀들은 할머니 의사와 상관없이 어르신을 저렴한 시설로 모시기로 합의했고 바로 퇴소했습니다."




자식에게 부담되고 싶지 않은 어르신의 간절한 마음




팔십대 후반의 정 어르신. 어르신은 일상생활이 가능함에도 부인과 사별 후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정정했지만 어르신도 치매에 포획, 어느 날 요양원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어르신은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도 평소 습관인 메모를 계속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또한 어르신은 생전에 자신이 치매에 걸린 점과 병석에 누운 사실을 요양원 직원들이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을 극구 말렸다.

이유는 어르신이 유품으로 남긴 수첩 속 메모에서 얼마안가 밝혀졌다. 『요양원 풍경』에 수록된 메모의 일부 내용이다.

"난 몇 번을 죽을 결심을 했다. 이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 어머니는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변을 조물조물 만지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공처럼 만들고는 이불 옆에 모아두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신다...... 어제는 아내가 아프다며 소리도 없이 마른 눈물을 삼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치매는 유전의 확률이 높은데 나도 어머니처럼 이른 나이에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머니처럼 이렇게 자식고생 시키느니 난 자살의 가면을 쓴 죽을 방법을 택할 것이다."

책에서 한광현 복지사는 자식의 입을 빌어 정 어르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폭력과 폭언이 심했으며 나중엔 수면장애와 환각증상으로 정 어르신이 힘들어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정 어르신이 그런 어머니를 10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셨다는 말과 함께.




아픈 노년 주위엔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높은 지위와 아무리 많은 돈도 치매 앞에선 무기력하다. 6년의 세월을 요양원에서 생활하신 86세의 어르신. 젊어서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크게 하셨던 어르신은 한때 명성과 재력을 소유하고 자식들을 호령했지만 치매에 걸린 이후 입지가 급속히 허물어졌다.

아들과 딸은 누구도 일년에 2번 이상 면회오는 적이 없었다. 전화로 비용문의 후 때가 되면 돈만 부칠 뿐이었다. 어르신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거나 이상이 있어도 별 상관을 하지 않았다. 그저 치료 후 돈만 부칠 뿐이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 전에도, 돌아가신 직후에도 자녀들은 오지 않았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자녀들을 대신해 요양원 직원들이 어르신 곁을 지켰다. 뒤늦게 나타난 자식들은 장례는 서로 모시려고 성화였다. 환광현 복지사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요양원에 잘 오지 않았던 발걸음이 장례 때 만큼은 솜털같은 발걸음인가 봅니다. 어르신 마지막 가시는 발걸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마음을 그 행동을 어르신은 아실까요? 아픈 노년 주위엔 쓸쓸하고 짙은 어둠 속의 잡히지 않는 허공 뿐입니다."

 
"시설에 대한 편견 해소하고 싶었다."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은 어르신 위한 의료 장비구입에 쓸 터




『요양원 풍경』으로 치매와 그 가족 이야기, 그리고 노인요양시설과 사회복지에 대한 가감없는 속내를 털어놓은 한광현 복지사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한 뒤 2001년 효자의 집에 사회복지사로 입사했다.

원래는 종합복지관쪽 일을 생각했지만 은사의 추천으로 효자의 집에서 일하게 된 뒤 노인복지의 중요성에 눈 떴다. 책을 쓴 이유도 노인복지와 무관하지 않다.

"어르신들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물리치료나 재활기구가 있습니다. 500만원 정도 필요한데 어떻게 기금을 모을까 고민하다가 책 출판을 떠 올렸죠. 그동안 틈틈이 써 온 글에 1월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 원고를 다듬어 지난 6월 책을 출판했습니다."

책의 판매 수익금으로 의료 장비구입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책을 펴낸 직접적인 이유라면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보험제도나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은 갈 곳이 못된다고 오해하거나 편견을 갖고 계시는 분들도 있죠. 물론 어르신들은 가족과 함께 계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치매증상이 심해지면 가족들은 도저히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죠. 그때는 전문인력과 장비 등이 있는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8년여동안 4백여명의 어르신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인연을 맺은 한광현 복지사. 지금도 효자의 집에는 어르신 38명이 생활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많이 갖는다는 한광현 복지사. 인터뷰 말미 한 복지사는 더 많고, 더 다양한 『요양원 풍경』의 출판을 강조했다.

"전국에 노인 요양시설이 수백곳 됩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각자의 체험과 고민을 담아 책으로 펴낸다면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가 노인복지의 귀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1권에 그치지 않고 2, 3권 계속 펴낼 작정입니다."

 


[윤평호 기자 sisa-yph@hanmail.net]